[네이버지도 2편] 리뷰기능 개선, 방향성 잡는 방법 (이해관계자, 사용자분석)

2022. 11. 8. 10:13Design

2005년, 웹 2.0 시대가 개막하며 컴퓨터에만 그쳤던 사람들의 활동이 모바일 기기까지 뻗어나가게 되었다. 이제 사용자가 콘텐츠를 소비함과 동시에 생산도 할 수 있는 쌍방향 소통을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와 더불어 지금까지 그러한 디지털 행동들이 모여 빅데이터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스타벅스의 자바칩 프라푸치노가 너무 달다고 느끼는 나의 말까지 디지털화되어 전세계에 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리뷰'라고 불리는 이런 사용자들의 의견들은 쌓이고 쌓여 많은 기업들에게 수익을 내주었다. 확실히 그들의 행동과 생각을 파악하는데 큰 역할을 한 건 분명했다.

하지만 쌓여도 너무 쌓였다. 데이터는 많은데 기업의 혁신과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 어떤 데이터를 사용해야할지 알기 어려웠다. 기업의 가치는 곧 고객들의 가치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무엇을(What)' 하는지 아는 것보다 맥락적으로 '왜(Why)'하는지 알아야 데이터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무작정 쌓아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고객들이 경험을 하는데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경험설계를 한 뒤 필요한 데이터를 리스트화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요즘은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를 모으는 것보다 분석하는 방법에 노력을 기울인다.

네이버지도 또한 2002년에 처음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카카오맵과 함께 한국의 지형도, 장소, 교통상황 등 하나씩 기능을 추가하고 데이터를 늘려나갔다. 특히 장소에 대한 블로그 리뷰 콘텐츠가 풍부했던 네이버는 장소에 대한 리뷰들을 쓰고 볼 수 있게끔 기능을 확장하면서 사용자들의 리뷰활동을 부추겼다. 처음에는 별점리뷰를 남길 수 있게 했다가 '어뷰징(abusing)'으로 인해 판매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2021년부터 키워드리뷰로 바꾸면서 좀 더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리뷰데이터를 남길 수 있게 했다. 악의적인 의도로 쓰거나 모호하고 불성실하게 남긴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걸러내기 위한 작업으로 보이고 장소를 방문한 이유(Why)에 대해 구체적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법은 네이버 뿐만 아니라 판매자들에게도 꽤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보인다.

 


 

 

경험의 경계가 모호하듯,
기업 간의 경계도 무너진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장소를 방문하기까지 참 많은 플랫폼들이 관여한다. 네이버지도는 지도앱이라는 특성상 마지막엔 장소 길찾기 용도로 쓰이겠지만 그 전까지 장소를 방문할지 말지 결정하는 과정에 오직 네이버지도만 사용하는 충성적인 사용자들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여의도 공원의 벚꽃축제를 보고 싶을 때 벚꽃축제의 현장감을 알고싶어서 네이버지도로 들어가 벚꽃 반 사람 반 찍혀있는 비슷한 사진 5000장을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볼 것이다. 추가로 유튜버들은 연인과 함께 벚꽃축제를 본 뒤 어디서 저녁을 먹으면 되는지 레스토랑부터 카페까지 추천해준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가 인플루언서의 활동에 힘입어 리뷰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고 아래 이미지처럼 여러 기능들을 다른 플랫폼들이 대체하고 있다.

  • 주문기능: 테이블링, 배달의민족, 캐치테이블, 쿠팡이츠, 요기요
  • 예약: 에어비앤비, 야놀자, 여기어때
  • 네비게이션: 구글맵, 카카오맵, 티맵
  • 쇼핑: 마켓컬리, 홈플러스, 쿠팡, 이마트

 


이렇게 처음에는 다른 역할을 해왔던 기업들이 영역을 넓히면서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을 '빅블러(Big Blur)'현상이라고 한다. 생각도 안했던 회사가 우리 회사의 경쟁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마존, 카카오, 인스타그램,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의 오프라인 소매업 진출, 넷플릭스의 게임산업 진출, 편의점의 택배서비스, 마켓컬리의 화장품 판매 등을 예시로 꼽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지도는 이용자들의 흐름을 내재화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들이 네이버지도에서 만족하지 못해서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가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들어가도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앱이라는 인식을 사람들의 뇌에 세겨야한다. 이런 기업관점에서 봤을 때 네이버지도는 데이터가 충분히 많이 쌓였고 이제 그것들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네이버지도 1편] 리뷰 없으면 구매를 못하는 사람들

'글래디에이터' 영화나 로마시대의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작품속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콜로세움같은 경기장 안에서 검투사들은 한명이 쓰러질때까지 목숨을 건 전투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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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포스팅에서 '리뷰'가 짊어지고 갈 수 밖에 없는 문제점들을 짚어냈다. 판매자와 사용자 사이에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합의점을 찾는 것이 리뷰가 해결해야할 포인트였다. 판매자가 악의적인 리뷰로 피해를 보지 않으면서 사용자는 진솔한 리뷰를 볼 수 있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을 세세하게 분류해서 판매자와 매칭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 세그멘테이션 (User Segmentation)

 

첫번째 분류: 사용자 활동

먼저 네이버지도 사용자를 크게 두분류로 나눌 수 있다.

리뷰를 쓰는 '리뷰어(Reviewer)' 그리고 리뷰를 보는 '리더(Reader)'

둘간의 관계는 '리더'안에 '리뷰어'가 속하는 합집합으로 볼 수 있다. 리뷰를 보는 사람들 중에 리뷰를 쓰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안 쓰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뷰를 보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 사용자도 있을 것이다. 편한 이해를 위해 리뷰를 보는 '리더'를 '유저A'로, 리뷰를 쓰는 '리뷰어'를 '유저B', 그리고 리뷰를 보지도 쓰지도 않는 사람을 '유저Z'로 얘기하기로 했다. 추가로 장소를 스마트플레이스에 등록한 사업자를 '판매자(Seller)'로 부르기로 했다.

 

 

두번째 분류: 판매자 관점

두 번째 분류는 판매자 입장에서의 사용자 분류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리뷰를 보고 쓰는 사람들로 나뉘겠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엄연히 모두 고객들이다. 리뷰를 얼마나 썼는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장소에 얼마나 빈번하게 방문했느냐가 판매자에게 매출증대에 있어 필요한 데이터다. 그래서 실제로 장소를 방문한 횟수에 따라 사용자층을 나누기로 했다. 이러한 세그멘테이션을 도식화한 표가 밑에 있는 이미지이고 전체적으로 고객의 분포도를 보기 위해 도형의 면적 크기차이로 표현했다.

 

 

 

 

 

맵을 짜면서 사용자, 판매자, 기업 이렇게 세 이해관계자를 공감하는 과정을 거치고 각각 어떤 목표가 있는지, 어떻게 접점을 맞출지 기회영역을 찾는다. 판매자의 경우 당연히 매출증대가 목표고 이 매출을 올려주는 요인은 고객의 수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고객의 수가 많은 것이 정답은 아니다. 어떤 고객이 분포하고 있느냐도 살펴봐야한다. 소비자를 분류하자면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결국 판매자의 매출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고객은 '단골'이다. 리뷰를 쓰기위해, 인스타그램에 사진 몇장 올리기 위해 방문하는 고객은 결국 일회성으로 그친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면 다시는 방문하지 않을 고객들이라는 것이다. 판매자들에게 이런 고객은 신규고객을 끌어들이기 좋지만 입소문은 시간이 흐를수록 희미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충성고객은 남지 않아 매출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지금까지 한국을 스쳐간 유행맛집들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대만카스테라, 쥬시, 버블티, 명랑핫도그, 마라탕... 진득하게 그 지역에 남아서 생존하고 2호점, 3호점을 내면서 확장하는 것이 이상적인 비즈니스 루트일 것이다. 그래서 판매자는 처음에 신규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지만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고객을 관리해서 단골고객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될 것이다. 이미 외식업계는 단골 유치에 힘을 쓰기 위해 자체 앱을 만들고 이벤트를 통해 쿠폰을 뿌리면서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외식업계, 자체 앱 육성…단골 유치 경쟁

외식업계가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쿠폰 발행 같은 이벤트로 신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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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네이버지도의 장점은 신규고객을 끌어들이기에 최적화된 서비스라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단골고객을 만들기에는 부족한점이 없지 않아보인다. 콩국수, 칼국수 맛이 일품인데다 내가 자주가는 단골집인 '진주집'이라는 음식점은 리뷰가 6,000개나 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추천하는 리뷰어들의 방문횟수를 보면 1회다. 스크롤을 계속 내려도 1회 혹은 2회다. 사실 올해 10월까지 네이버에서 리뷰이벤트를 진행해서 사람들이 열성적인 리뷰활동을 보여줬지만, 한번 영수증리뷰를 한 가게는 다음에 또 영수증리뷰를 하게 될 시 포인트 지급을 받을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때문인지 단골보다는 1회 방문자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많다.

 

 

 

네이버지도를 통해 좀 더 다양한 고객층을 다룰 수 있다면 판매자에게도, 사용자에게도 질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특정 목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가 아닌 대중적이고 모두가 사용하는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의 범위가 넓어질 수 밖에 없다. 이 때 사용자 세그멘테이션을 정하고 접근한다면 어떤 사용자를 놓치고 있는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리뷰의 방향성

그렇다면, 앞선 인사이트를 통해서 리뷰는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앞으로 나가야할 것인가? 세 이해관계자의 목표의 점점을 잡아보자면

  • 사용자: "나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는 무엇일까" (어떻게 공유하고 보여질 것인지)
  • 판매자: "고객이 좋아하는 서비스 및 상품이 무엇일까" (어떻게 수집하고 알아낼 것인지)
  • 기업: "이용자 흐름을 내재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접점을 토대로 리뷰의 방향성을 잡아보면

  1. 간단하고 편리한 리뷰작성 과정
  2. 신규고객부터 단골까지 재밌는 경험
  3. 사용자간 신뢰를 높여주는 리뷰콘텐츠

 

방향성을 잡고 이해관계자나 팀원들과 함께 아이데이션을 진행한다면 여러 재밌는 아이디어들과 인사이트들이 뿜어져 나올 것이다.

 

예를 들어 1번의 경우, 네이버지도는 영수증 사진을 찍어야 리뷰를 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리뷰는 장소를 방문하기 전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숙소나 헤어샵 등 예약을 하는 경우 방문 전부터 판매자가 사용자에게 어떻게 안내를 해주고 문의에 대응했는지부터 고객들은 평가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영수증리뷰는 결제 즉, 경험을 마친 뒤에 할 수 있다. 이는 사용자가 애써 장소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봐야 하는 수고를 들이게끔 한다.

그렇다면 "굳이 영수증을 찍어야 리뷰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반문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악의적 리뷰를 예방하기 위해선 어떠한 인증이 필요하고 확실한 증거물은 영수증이긴 하다. 하지만 꼭 영수증인증을 없애지 않고 플로우를 살짝 바꾼다면 해결될 수도 있다. 장소에 대한 생각과 리뷰를 먼저 적은 뒤에 임시저장을 한다. 그런 뒤 나중에 영수증을 찍어서 인증을 하면 외부로 공유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점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방향성을 잡고 아이데이션을 하면 이런 흥미로운 생각들을 할 수가 있다. 단골들을 위한 리뷰방법이나 판매자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뚫어줄 수도 있다. 혹은 리뷰의 신뢰도와 리뷰를 썼을 때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리뷰를 사용자들이 평가할 수 있게끔 할 수도 있다. 리뷰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이고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석한다면 다양한 해결책들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네이버지도를 예시로 들었지만, 다른 리뷰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에도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가 싶다.